내가 판단오류로 빠진 25가지 이유: 멍거 '오판의 심리학'①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내가 판단오류로 빠진 25가지 이유: 멍거 '오판의 심리학'①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 머니투데이 (mt.co.kr)
1. 보상과 처벌 경향(Reward and Punishment Super Response Tendency)
인센티브와 관련된 보상과 처벌 경향은 멍거가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한 내용이다. 우선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 페덱스) 사례가 나온다.
페덱스가 야간 환적작업에 대해 시간급을 지급할 때는 도무지 정시에 환적을 완료할 수 없었지만, 환적 업무 단위로 급여를 지급하고 모든 비행기 환적이 완료되면 모든 직원이 퇴근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자 업무 효율이 크게 개선된 사례다. 이처럼 인센티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멍거는 제록스가 복사기 중 신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구식제품 판매가 많은 점을 의아하게 여겨 조사해보니, 구식제품 판매시 영업사원들이 받는 인센티브가 훨씬 많았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게 영감을 준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만약 사람을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익(이기심)에 호소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이 부분에서 멍거 어록에서 가장 재밌는 표현 중 하나가 나오는데, "그들이 우리에게 임금을 주는 시늉만 했기 때문에 우리도 일하는 시늉만 했다"는 소련 근로자의 발언이다. 보상의 영향력을 무시한 소련의 결말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보상은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motivator)이기 때문에 멍거의 표현대로 인센티브가 야기한 편향(incentive-caused bias)이 발생하기 쉽다. 이와 관련해서 멍거가 말하는 컨설팅 대응 방법도 재밌다. 특히 적잖은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기반 조언(commission-based advice)일 경우다.
평생 동안 멍거는 "이 문제는 더 많은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조언으로 끝나지 않는 경영 컨설턴트의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1) 전문적인 조언이 조언자(컨설턴트)에게 유리할 때는 특별히 조심하라.
(2) 조언자를 다뤄야 할 때는 조언자가 하는 사업의 기본적인 요소를 배우고 이용하라.
(3) 객관적인 검토 후 들은 내용의 대부분을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수준까지 더블 체크하고 불신하고 대체하라.
멍거는 오래 전부터 경제학자들이 인센티브가 야기한 편향을 대리인 비용(agency cost)으로 설명해왔다고 부연했다. 또한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성공은 이 편향의 악영향을 막기위한 경제적 시스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와 보상 설계는 멍거가 오판의 심리학에서도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할 정도로 중요하다.
2. 선호/애정 경향(Liking/Loving Tendency)
우리가 선호하고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좋은 면만 보게 하는 경향이다. 선호/애정 경향은 우리로 하여금 아래와 같은 실수를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1) 좋아하는 대상의 실수를 무시하게 되거나 그의 소망에 순응하게 된다.
(2) 좋아하는 대상과 약간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물건 또는 행동을 선호하게 된다.
(3) 사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사실을 왜곡하게 된다.
한마디로 우리가 호감을 가지는 사람, 물건, 아이디어의 나쁜 점은 모두 옆으로 제쳐 놓고 무시하거나 왜곡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3. 반감/혐오 경향(Disliking/Hating Tendency)
이 경향은 선호/애정 경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싫어하거나 혐오하는 대상에 관해서는 나쁜 면만 보게 만드는 경향이다.
(1) 싫어하는 사람의 미덕, 장점을 무시하게 만든다.
(2) 싫어하는 대상과 약간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물건 또는 행동을 싫어하게 된다.
(3) 증오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사실을 왜곡하게 된다.
모두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싫어하는 사람의 장점은 애써 무시하고 더구나 그에게서 배우려는 사람은 드물다.
반감/혐오 경향 때문에 서로 증오하는 두 그룹을 중재하기는 극히 어려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다. 왜냐면 한 쪽의 역사적 팩트가 다른 한 쪽의 역사적 팩트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반감/혐오 경향으로 인한 사실 왜곡 때문에 두 국가가 생각하는 역사적 팩트는 대부분 다르다.
4. 의심 회피 경향(Doubt-Avoidance Tendency)
인간의 뇌는 의심을 빨리 제거하고 결론에 이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인류의 선조에게 물려받은 유산인데, 호랑이 같은 맹수한테 쫓기던 시절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하지 말고 즉각 도망가는 게 생존에 유리했다.
이처럼 의심 회피 경향은 우리의 조상인 선사시대 인류의 환경에 부합하는 특징이다. 또한 의심 회피 경향은 대개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촉발되기 쉽다.
5. 불일치 회피 경향(Inconsistency-Avoidance Tendency)
불일치 회피 경향도 멍거가 상당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한 경향이다. 인간의 뇌는 변화를 꺼림으로서 프로그래밍할 공간을 보존하는데, 이게 바로 불일치 회피 경향의 형태로 나타난다. 변화를 위해서는 기존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분석해서 기존 결정을 유지 또는 변경하도록 판단하는 사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의심 회피 경향과 변화를 싫어하는 불일치 회피 경향이 결합될 때 현대인의 인지 과정에서 큰 오차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갈파한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도 대개 아이디어의 본질적인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에 있는 오래된 아이디어와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고 명문대학인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지성으로 칭송받는 그룹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멍거는 케인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사고(mind)는 난자처럼 작동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자가 하나라도 난자에 진입하고 나면 난자는 자동 차단 장치가 가동돼 다른 정자의 진입을 막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 역시 위와 똑같은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사람들은 처음 내린 결론에 집착하는 편향(first conclusion bias)이 있는데, 여기에 가장 잘 대처한 사람 중 한 명이 찰스 다윈이다. 다윈은 자신의 가설을 부정하는 증거에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도록 자신을 훈련했는데, '진화론'처럼 자신의 가설이 훌륭하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더 그랬다.
다윈이 한 행동의 반대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증거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다.
6. 호기심 경향(Curiosity Tendency)
호기심은 긍정적으로 묘사된 경항이다. 호기심은 고정관념을 제거하고 오픈 마인드를 가지게 하기 때문에 불일치 회피 경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기심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심리적 경향으로 인해 발생한 나쁜 결과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멍거는 호기심이 정규교육 과정이 끝난 후에도 우리에게 재미와 지혜를 줄 수 있는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7. 칸트적 공정성 경향(Kantian Fairness Tendency)
독일 계몽 철학자 칸트는 "보편화 가능한 준칙에 따라 행위하라"는 정언명령(定言命令)을 제시했다. 정언명령은 행위의 결과와 상관없이 행위 자체가 선(善)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도덕적 명령이다. 그리고 모두가 이 정언명령을 따랐을 때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가 창출된다.
예컨대, 미국 교외지역에서 자동차 한 대만 주행할 수 있는 교량이나 터널에 아무런 신호가 없어도 서로 양보하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가 차선변경을 위해 끼어들 때도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양보한다. 입장이 바뀌었을 때 다른 운전자도 자신에게 양보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선착순(first-come-first-served) 원칙 역시 마찬가지다. 줄을 서거나 무언가를 기다릴 때 도착한 순서대로 하는 게 가장 공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꺼이 앞서 온 사람의 뒤에 서서 기다린다. 바로 공정성 공유(fair-sharing)다.
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오히려 적대적인 반응을 야기할 수 있다. 식당에서 우리의 음식이 늦게 나올 때보다 우리보다 늦게 온 손님의 음식이 먼저 나올 때 더 화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늘 살펴본 7개 경향처럼 '오판의 심리학'에서 다룬 25개 경향은 일상 생활이나 경제적 선택에서 우리의 선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이 많다. 다음 번에도 계속해서 나머지 경향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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